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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경주 서예작가의 위파사나 수행담
 남한강  | 2008·11·18 15:24 | HIT : 2,497 | VOTE : 733 |
                                             - 경주 안강=법보신문 채한기 기자

“우리 몸은 법(法:진리)을 담는 그릇 , 부모와 뭇 생명에 감사”

경주 안강에 머물며 수행(修行)에 전념하고 있는 전경지 씨(49세)는 주부지만 사실은 서예·서각 작가다.
제19회 한국미술대상전 우수상과 세계전북비엔날레 관람객 휘호대전 입상을 비롯해 서각서예 각 공모전에서 특선과 입선을 다수한 작가다. 그러나 현재 전경지 씨는 잠시 붓과 끌을 놓고 선정(禪定)의 세계로 들어가며 자신을 돌아보고 있다.

관절·신경통에 죽음 엄습
...  “수행(修行)의 참뜻은 몰랐습니다. 어쩌면 신비감에 따른 단순한 호기심이었는지도 모르지요. 그러나 분명히 알았던 것은 수행이란 자신을 찾아 새로운 삶을 영위한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찾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어설펐지만 염불(念佛:불교 수행법의 하나)도 해 보고 화두(話頭:불교 수행법의 하나))도 들어 보았다. 심지어는 기공(氣功) 수련에도 눈길을 돌리기도 했다. 항상 수행의 한 언저리에 있던 그를 본격적인 위파사나(Vipasyana) 수행(사물을 통찰하여 관찰하는 불교 수행법의 하나)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책 한 권이었다. 바로 김열권 법사의 『깨달음으로 가는 오직 한 길』. 위파사나의 단계별 수행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돼 있는 수행지침서로서 위파사나 수행자라면 누구나 필독해야 할 책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요인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건강’문제다.

그에게는 천식이 있었다. 몸은 세월이 지날수록 악화돼 갔다. 어느새 40줄을 훌쩍 넘긴 그는 개인전을 열고 싶은 마음에 혼신을 다해 작품에 열중했다. 그럴수록 그의 건강은 악화돼 갔다. 얼마나 아팠던 것일까.

“온몸이 아팠습니다. 발등이 너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했습니다. 이대로 그냥 죽는 게 아닌가 하는 공포감도 엄습해왔습니다.”
이 때 그는 서점에서 『깨달음으로 가는 오직 한 길』을 보게 된 것이다, 관심이 없으면 눈 앞에 버젓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법. 수행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었던 그는 이 수행서를 보기 전 거해 스님의 수행 육성 테잎을 들으며 나름대로의 정진(精進)을 한 바 있다. 그러나 그는 수행 중 느껴지는 강한 에너지(‘상기上氣’현상-가능성이 크다)에 겁을 먹고 곧바로 포기했던 것이다.

천상(天上)의 소리·빛도 고(苦:고통)

집에 돌아온 그는 책을 보며 수행에 들어갔다. 그 때가 2003년 1월이다. 처음 며칠동안은 숫자를 세는 수식관(數息觀)을 한 다음 이어서 사마타 호흡법인 무드라 호흡과 선정호흡을 수련하다가 마침내 위파사나 호흡법인 아나빠나삿띠로 바꿨다.  기(氣)수련과 염불(念佛)수행을 한 경험이 있어서일까?  곧바로 그녀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아나빠나삿띠로 바꾼 첫날, 온몸이 솜에 싸인듯한 부드러운 느낌을 감지할 수 있었다. “그 순간 바로 이거다 했습니다. 수행의 맛 때문이 아니라 저의 건강 때문이었지요. 온 몸이 나를 눈물겹도록 괴롭혔는데 그 순간 온 몸이 저를 행복하게 해 주는 거예요. 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지요. 아니 이것이 아니면 죽음이라는 생각이 더 강렬했습니다.”

정진(精進)은 계속됐다. 몸의 진동과 호흡의 길어짐과 짧아짐의 반복, 터질 듯 한 호흡, 호흡의 가늘어짐과 사라짐의 반복, 빛의 현상, 우박세례, 레이저광선 같은 빗살의 쏟아짐, 몸이 폭발하는 듯한 현상등이 이어졌다.

“이 호흡은 누가 하는가? 그 원인을 알려고 애쓰는 제가 보였습니다.”  수행이 진전될수록 몸도 변해갔다.  관절통을 비롯해 신경통도 줄어들며 기존의 강한 통증은 잔잔해져 갔다.  수행은 이제 불수념과 자비(慈悲)관, 무상(無常)관으로 이어졌다.  이 모든 것을 알아차리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내가 아는가, 아니면 내 마음이 그렇게 조정하고 있는 것인가.  어느 순간  ‘아는 마음’에 대해 강한 의심이 일어났다.  이 아는 마음은 어디서 일어나는가?  의심을 안고 경행하던 중 갑자기 벼락을 맞은 듯한 순간 온몸과 마음이 감전되어 꼼짝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직전의 의심도 함께 사라졌다.

이를 기점으로 그에게 큰 변화가 찾아왔다고 한다.  “무엇을 해야 하고,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고 또한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던 사소한 탐진치의 실체를 보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오온(五蘊)(주1)의 생멸(生滅)을 점차 체득(體得)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어느날. 엄청난 소리, 폭발하는 듯한 굉음 속에 한동안 휩싸였다. 그 소리가 반쪽으로 갈라지면서 신비한 음색, ‘천상(天上)의 소리’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을 듣게 됐다. 점점 이어지는 빛, 호흡관찰, 기의 관찰, 이에 따른 감각과 마음 변화의 관찰. 그러나 이 모두가 다 고(苦)의 연속일 뿐임을 그는 알아차렸다.

“호흡관찰수행을 하면 할수록 탐진치(貪瞋癡-탐욕심,화내는 마음,어리석은 마음 등 그릇된 마음들) 제거야말로 가장 시급한 삶의 과제임을 절감하게 됐습니다.” 집착이나 망상이 일어날 때는 부처님 말씀을 되새기며 정진을 거듭해 갔다. 시간이 흐를수록 오온(五蘊)과 12연기(緣起)(주2) 관찰을 체계적으로 수련해 갔다. 삼매(三昧:마음이 깊은 경지에 들어 감) 경험도 반복됐다.

... 본격적인 수행경력 2년도 채 안돼 이 정도의 경험을 했다면 이 또한 예사롭지 않다. 아마도 ‘수행이 아니면 곧 죽음’이라는 간절함이 그녀의 정진을 지속케 하여 이 단계에 올라 서게 했을 것이다.

죽음 직전에서 새로운 삶을 찾은 그가 위파사나 수행을 통해 얻은 것은 진정 무엇일까?
우선 몸과 마음에 대한 관찰을 통해 우리 몸은 ‘법을 담는 그릇’이란 말을 실감하게됨으로써 새삼 몸의 소중함을 알게됐다.  따라서 부모님과 뭇 생명들에게 더없이 감사하게 됐다고 한다.  의무적이고 기계적으로 흘려 보냈던 일상사를 진솔하게 대하면서 ‘일과 일하는 내’가 하나가 됐음도 알게 됐다. 또한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주3)란 말이 참으로 가슴에 닿아 그 성스러운 가르침을 따르고 있음에 항상 기쁘다고 한다. 계(戒)를 지키는 것은 스스로를 돌보는 일임을 알게 되고 식욕이나 감각적 욕망들도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모든 것을 놓아버림으로써 항상 평화롭고 행복해졌다... ...

오온(五蘊) 생멸(生滅) 체득(體得)하니 방하착(放下着:내려 놓으라는 뜻으로, 모든 집착을 버리라는 뜻) 돼

이제 서각 개인전을 열어도 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조금만 더 있다 열겠다”며 미소 짓는다.  현재의 수행경지를 좀더 깊게 하고 싶은 모양이다.  혹, 화두를 본격적으로 들어보고 싶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언젠가는 꼭 해 보고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수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본 그가 가장 고귀하게 느낀 것은 자신의 몸과 삼보(三寶)였다. 그와 함께 하는 도반 모두가 이처럼 자신의 몸과 삼보에 의지해 삼독(三毒)(주4)을 끊어가며 부처님 가르침을 실천하기를 기대한다.
서각 개인전이 열리는 그 날, 그의 미소는 더 없이 맑고 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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