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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 단상 | 기도 | 원음 | | | 하루한생각 |
[하루 한생각] 012 군왕지상(君王之像) 걸인지상(乞人之像)
 석주  | 2016·11·08 14:32 | HIT : 6,152 | VOTE : 611 |



경남 남해에 보리암이 있습니다. 동해 낙산사 홍련암, 서해 강화 보문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이라 일컬어집니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이곳에 와서 기도를 하고 소원을 이뤘다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옵니다.

가슴 속 응어리가 출구를 찾지 못하여 전국을 유랑하던 이성계의 발길이 보리암에 이르렀을 때, 절 입구에서 파자 점 破字占 을 치는 한 노파를 만났습니다. 파자점이란 통 속에 여러 글자를 넣어놓고 대상자가 그 중 하나를 뽑으면 그 뽑혀진 글자를 가지고 점괘를 풀이해 주는 점입니다.

이성계가 뽑은 글자는 ‘물을 問’자였습니다. 노파가 말했다. ‘좌문우문 左問右問 하니 걸인지상 乞人之像 이라, 가운데 입을 가지고 왼쪽을 봐도 문이요 오른 쪽을 봐도 문이니, 이 집 저 집 문 두드리며 밥이나 빌어먹을 거지팔자이시구려’

이성계는 아무런 말없이 보리암에 올라 기도를 드렸습니다. 하산 길에 그 노파를 만나 다시 글자를 뽑았습니다. 이번에도 같은 글자 문 問 이었습니다. 노파가 말했습니다. ‘좌군우군 左君右君 하니 군왕지상 君王之像이라, 가운데 입 구 口자를 왼쪽에 붙여도 임금 君 이요 오른 쪽에 붙여도 임금이니, 군왕이 되시겠구려’

그동안 이성계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이성계는 보리암에 올라 기도한 것 밖에 없었습니다. 보리암에서의 기도생활이 거지의 얼굴을 군왕의 얼굴로 바꾸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보리가 드러난 것이지요.

생각의 틀, 생각의 관성을 비우면 드러나는 것이 있습니다. 생각의 틀이 놓치고 생각의 관성이 외면했던 많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모든 일은 조건들의 결합이고 그 조건결합들을 내 틀과 관성이 분류해 보았을 뿐이니까요. 있는 그대로가 드러납니다. 생각의 구름이 걷히며 드러나는 참다운 지혜를 보리菩提라고 합니다.

온갖 얽힘이 풀리면 가려졌던 보리가 드러납니다. 이런저런 인연이 얽혀 본래의 모습을 가리거나 기능을 잃고 있을 때, 잘못된 얽힘을 풀어 본래의 모습과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제자리 벗어난 것을 제자리로 돌리는 것이다. 얽힘을 풀면 모습이 바뀌고 더 풀면 얽히기 이전이 드러난다. 보리는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봅니다.

모든 현상은 조건들의 결합, 그 조건들 또한 조건들의 결합입니다. 인연덩어리인 인연을 인연으로 보지 않으면 첫단추를 잘못 꿴 것입니다. 프레임에 갇히고 보여주는 것을 보아왔던대로 봅니다. 거지되기 십상입니다.

생각의 틀도 생각의 관성도 내려놓았습니다. 자신을 옭조이던 철옹성이 무너지고 온갖 그물이 풀렸습니다. 스스로의 갈길이 뚜렷해졌습니다.  생각의 먹구름이 걷힌 마음, 뚜벅뚜벅 꿋꿋한 걸음은 바로 군왕의 걸음이었습니다. 거지의 얼굴은 군왕의 얼굴이 되었습니다. 거지와 군왕이 씨가 따로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사족같은 이야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도 중 이성계는 산신에게 약속했답니다. 뜻을 이루면 비단으로 이 산을 모두 덮어주겠노라고... 뜻을 이룬 이성계는 약속을 지켰습니다. 산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비단 금 錦자를 넣어 금산錦山이라 했습니다. 썩어 없어질 비단을 두르기 보다는 길이길이 남을 이름을 줌으로 산신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이야기입니다.

말에 속고 모양에 헛갈리고 욕심에 이끌리는 얼굴, 걸인지상, 거지의 얼굴입니다.  
끝없이 끝없이 밖에서만 구하고 탓하는 마음입니다.
생각의 틀과 관성에서 자유로와 있는 것을 있는 그대로 보는 얼굴, 군왕의 얼굴입니다.
당당한 마음 꿋꿋한 기상이 안에서 비롯되어 밖으로 넘치는 마음입니다.

딛고 있는 그자리가 보리암입니다.
걸인의 모습에서 임금의 모습을 드러내는 자리입니다.
지금 내 얼굴을 봅니다.
걸인의 얼굴일까요, 군왕의 얼굴일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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