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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ouchables'의 번역서 <신도 버린 사람들>을 읽고
 박금표  | 2008·11·15 11:48 | HIT : 8,085 | VOTE : 3,174 |
이 책의 저자 나렌드라 자다브(Narendra Jadhav)는 불가촉천민 출신이다. 인도 뭄바이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고, 미국의 인디에나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도의 중앙은행 수석보좌관을 역임했으며, 국제통화 금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활동했고 푸네대학의 총장이 되었다.
  
그의 책 <Untouchables>에 대해 알게 된 것은 불가촉천민의 이야기를 다루는 TV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그해 겨울 인도에 가는 동료에게 책을 구해달라고 부탁했었다. 그러나 돌아온 동료의 말은 ‘Untouchables’이라는 말을 하는 것도 꺼려하는 서점들이 많았고, 델리의 몇 개 서점을 들렸으나 책을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인도 현지에서 구할 수 없었던 책을 인터넷 서점을 통해 겨우 구입했다.

책을 구입할 때 마음은 급했으나 일에 쫒기다보니 대강만 훑어보고 덮어두게 되었다. 그런데 지난 6월 이 책의 한국판 번역본이 나왔고, 이 책에 대한 서평과 독자들의 글이 인터넷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지금은 절판되어 구하기 어렵지만 <어느 천민의 하루>라는 책과 암베드카르에 관한 글들을 통해 불가촉천민 문제에 어느 정도 접해왔던 나로서는 나렌드라 자다브의 가족들이 겪은 불가촉천민의 고통스러운 삶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인도의 절반 가까운 가난한 하층민들과 불가촉천민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 번 ‘끔찍한 인간 차별’을 경험하는 듯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나는 지금 여기서 이 책의 내용을 소개하거나 불가촉천민 출신의 나렌드라 자다브의 성공담을 주제로 삼으려는 것은 아니다. 이 글은 한국어 번역본 <신도 버린 사람들>을 읽으면서 눈에 들어온 한 줄과 그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글이다.

나렌드라 자다브가 1986년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아 돌아 왔을 때 아버지 다무는 아들이 연구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물었다. 글만 겨우 읽는 수준의 아버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자다브는 자신이 한 연구에 대해 최선을 다해 설명했다. 이때 아버지는 ‘그걸로 보통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고 물으면서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연구를 많이 해도 길거리의 사람들을 돕지 못한다면 전부 낭비일 뿐이다.’ 라고 말한 것이다. 책이 거의 끝날 무렵에 등장한 이 한 줄이 내 눈을 잡았다.  

갑자기 내 귀에는 ‘불교 공부를 아무리 많이 해도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면 그 공부는 낭비일 뿐’이라는 말이 들리는 듯했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겠으나 불교 공부의 열풍이 불고 있고, 불교의 가르침을 세상에 제대로 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많은 단체가 생겨나고 있다. 그동안 불교계가 침체되어 있었고, 경전의 가르침과 수행을 외면한 채 기복적 불교가 되어가고 있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았던 것을 상기해보면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수행을 열심히 하면서 고통 받는 주변을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 가르침과 수행은 무용지물이 되지 않겠는가. 한 줄의 경전을 공부하고 그 한 줄의 가르침을 주변에게 전하는 법보시도 중요하다. 아울러 그 한 줄을 가슴에 담아 ‘고통 받는 세상의 사람들을 고통에서 구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 노력이라는 것이 거창한 것은 아니다. 곁에서 목말라 죽어가는 사람을 외면한 채로 경전을 독송하고 있는 모습이 아닌지 돌아보자는 것이다.  개인이나 단체나 거창한 구호를 외치고 목표를 세우기에 앞서 이것이 ‘보통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불가촉천민이라고 받아주지 않는 아들을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교장실 바닥에 드러누워 ‘우리 아이를 받아 줄 때까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떼를 쓰던 자다브의 아버지 다무였다. 그렇게 입학시킨 아들이 인도에서 석사학위를,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아버지 앞에 나타났을 때 얼마다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겠는가. ‘잘난 우리 아들’ 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네가 받은 학위가 보통사람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 것이냐’ 고 묻는 아버지 다무의 말 속에는 세상의 고통을 편안케 하리라는 부처님의 8만4천 법문이 그대로 다 녹아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암베드카르를 존경했고, 암베드카르와 함께 불교로 개종한 아버지 다무. 그리고 암베드카르에게서 배운 가르침을 그대로 아들에게 전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했던 아버지 다무가 있었기에, 세상의 주목을 받는 최고의 인물로 꼽히는 나렌드라 자다브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구입하고 첫 페이지를 열은 후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는데 3일이 걸렸다. 마지막 하루는 몇 페이지 남겨 놓은 시점에서 내 눈을 사로잡은 그 한 줄에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책을 덮은 후 나는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자다브의 부모님들처럼 나는 내 자식들에게 삶의 나침반이 되어주고 있는가라는 반성 때문이었다. 제대로 된 불자도 못되고 제대로 된 부모 역할도 못하고 있다는 자책으로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래도 오늘은 ‘주변의 작은 아픔이라도 덜어주는 노력을 하자’는 다짐으로 쓴 이 글이 수면제가 되어 줄 것 같다.

[불교포커스 2007-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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